잔상 [2022/07/01]

나는 아직도 너를 떠올려

이제와서는
너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고
너와 했던 얘기도 생각나지 않아,
남은 건 빈자리와 잔상뿐인데

아직도 너의 생각을 해

내가 사랑했던 것은
너일까, 널 생각했던 내 마음일까

아둔한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서
이해를 포기하고
새로운 사랑을 꿈꾸러 간다.
사랑하는 모습의 잔상과 함께


첫사랑에게 [2022/07/03]

널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다시 회상해보니
너의 기억이 아직도 살아있었구나

짧았지만,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깊은 진심을 나눴던 것 같아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만났다면,
우리에게 다른 미래가 있었을까

너가 내게 준 진심으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어

지금와서 나도 진심을 얘기하면,
정말 좋아했어. 고마웠어.

내 마음에 놀랐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어.
난생 처음 비를 맞은 꽃이
그 비를 잊을 리가 없잖아

네 인생에 내가 어느 정도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우리가 조금 더 단단해진 후에

하늘이 우리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준다면,
네 옆에 다른 사람이 없다면,

그때는 조금 더 잘해줄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게.

언제 어디에서든 행복하기를 빌어
잘 지내. 항상 고마웠어


홀로데이 [2022/07/07]

혼자서 지내기엔
이 하루는 너무나도 길어.

찌는 듯한 더위속에
바쁜 일상들을 처리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오면,
홀로 남겨진 마음의 태풍이
더없이 무서워져
다시금 바깥으로 향하는 발걸음.

단순하게도,
밤중에도 제 할일 하는 불빛들마다
바쁘게 제 갈길 가는 행인들마다
태풍이 조금씩 조금씩 잠잠해져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밤은
별들처럼 쓸쓸함이 점멸하는 시간.
수많은 외로움의 일부가 되니,
이제는 이 외로움도 사랑할 수 있겠어.
다행히도 이 밤은 충분히 길어서,
아직은 잠들지 않을 수 있겠어.


보름 [2022-07-12]

긴 기다림을 깨고
어느새 찾아온 이 시간

까마득한 밤이 무서워
간절히 찾을땐 없다가도
어느샌가 나타나서
감성을 엮어낸다

파르라한 하늘을
호박 빛으로 밝히는 이 밤

달빛이 불러오던 첫사랑의 기억은
별빛으로 흩어져 희미하게 점멸하고

담을 이를 찾아 방황하는 가슴은
다시금 허무를 짝사랑하며
달을 써내려 간다.


표류하는 삶 [2022-07-12]

삶이란, 인생이란,
흐르고 흐르면서 살아가는 것.

가끔은 풍랑을 만나고,
가끔은 잔잔하게 흐르며

의지는 물에 잠겨버리며
거친 물바닥에 잔상처 만들며 사는것

그래도 같이 떠내려가는 이를 보면
꼭 손잡고
서로의 상처를 대신 아파해주며
견디어 갈 수 있다.

그러다 손을 놓쳐 버려
다시금 혼자서 흔들려야 할때도,

같은 바다를 떠도는 이상
견디고 견디다 보면

새로운 사람이던
그때 그사람이던

다시금 함께 견딜 수 있으리라


길 [2022-07-12]

홀로가는 이 길에도
스쳐가는 이 많았다.

한명한명 붙잡아
이 길은 어떠냐고,
제법 아름답다고
물어물어도
같이 가주는 이 하나 없었다

기대를 주면 실망을 받는다
다시 또 실망이 무서워
이제는 애써 모른척 하려해도
한심한 마음은 다시 흔들린다.

언제쯤 이 태풍은 가라앉을까
강철과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싶지만,
이 마음은 너무도 연약해
밤바람에도 쉬이 흔들려버린다.

수 많은 이들 스쳐가는 이 길을
나는 언제나 혼자서 걷는다.


취기로 쓴 시 [2022-07-12]

술 몇잔 들어가 나른하게 취한 밤

몸이 지쳐 잠을 바라는데도
가슴은 지치지 않고 시를 토해낸다

너무 일찍 시작해버린 오늘 밤은
끝나지도 않고 계속 시작을 되풀이 하는데

매일매일 한심함을 반복하는 이 가슴은
이제는 내 알바 아니지 싶다.


부산 [2022-07-15]

짭짤한 바닷내음
허공을 매꾸는 기적소리.

어부가 아니라도,
이 땅의 사람들에게는 바다의 꿈이 있다

겉과 속이 청량하게도 같고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으며
삶의 격랑을 꿋꿋이 이겨내는

이 땅의 사람들은 바다를 품고 산다


집 [2022-07-16]

넓디넓은 서울에서도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는
없었다

어린 마음에 불어닥친
마음의 폭풍에
뉘일곳 없는
지쳐버린 날개를 지닌 철새는

마음의 고향에서는
날개를 쉴 수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잠잠한 밤이야.

불어닥친 폭풍을
언제든 피할 수 있음을 알았으니

다음에는 좀 더 멀리 가보자
언제든 돌아올 곳이 있으니
잊지 말아야 할 기분이 있으니


송별 [2022-07-31]

이별이 점이 아니라 선이었다면 덜 아팠을까?
아니었을꺼야
싫은 소식은 어떻게 듣던 싫은 소식이니까

무너진 마음으로 바라본
갑작스레 떠나는 뒷모습에
할 수 있는건 기도 뿐

이미 지나간 일에는
추억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남겨진 이의 모습은 잠깐 잊고
어디로 가던 떳떳하게 가길

그러다 잠깐 힘들어 후회될때
지나간 추억으로 잠깐 웃음짓고
다시금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길

언제나 어디서나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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