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낭만

부딫히며 거절당하고,
부서지며 사라지는,
낭만은 언제나 개인주의

오랜만에 올라온 취기,
자작자작 내려오는 밤비
묵혀둔 감성을 불러오기엔 완벽한 시간인데.

고요한 방안에서
멜랑꼴리한 마음을 끄집어 내며,
몇자 토해낸 글자 찌꺼기는

만인에게는 거절 당하고
주인에게는 부끄러움의 대상

게워내듯 토해낸 문장들이라
스스로도 구역질 나는 걸까.

내 새끼니까 나라도 사랑해줘야지 하다가,
문득 깨달은 것은,
내가 하잘것 없는 글들을 토해낸 게 아니라
하잘 것 없는 부끄러운 문장 그 자체가 나구나.

개인주의 낭만인데도
이 인생을 문장으로 적어내니
가슴이 저미듯 한심한 삶이다.

시 쓰기 좋은 이 밤에,
시린 눈, 쓰린 속을 견디며,
필사적으로 우울을 집어삼키며,
여느때와 같이 마음을 자해하며,
또 다시 반복될 아침을 기다린다.

감성

스스로도 잃어버린 방향,
그저 눈앞에 있는 길을 따라
어린애 처럼 울면서 걸어갈 뿐인데.
울다가 지쳐서 이제는 눈물도 안 나올 뿐인데

취기가 오르니,
끊었던 눈물을 흘리며 다시금 마음을 괴롭힌다.

자신있게 내걸은 광고판들은
사람들의 낙서판이 되어버렸고
나도 모르게 나와버린 치부들은
기어코 평가 대상이 되었는데

이 밤이 무서워서 비가 무서워서
마음이 무서워서 내가 무서워서

움츠리며

홀로 마음을 적신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뭘 해야 할까.
어느 빛을 따라야 할까.

감성에 빠지려고 마신 술이 지나쳐서
감상으로 마음을 찢어 놓으니
이제 술은 두번 다시는 마시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내일들에는
무감정이 하루를 이겨낼 힘을 주기를
골칫거리 감정들을 서랍 깊숙히 가둬둘 수 있기를

달과 밤과 비와 바람

멀리 피어난 달꽃이 예쁜 밤,
고학생은 자기 방에 멍하니 앉아서
또 다시 생각에 잠긴다.

일만천하고도 사백십구키로미터,
먹는 음식부터 만나는 사람까지
모든게 바뀐곳에서까지
덜 여문 마음은 여전한 듯하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대답없는 자문과
멍해지는 눈시울.
어찌됐건 소년은 절대 자라지 못한다.

외로운 마을에서 느끼는 외딴 마음
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소녀가 아니라
여무는 상처와 스스로를 향한 사랑이다.

모두가 그걸 말해왔지만
모두가 그러길 바라지만
어쩔 도리 없는 나는
결국엔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래도 여태 토해낸 우울들이
헛되진 않았는지,
어제보다는 조금 빨리 비바람이 그친다.

회한이,
마음이,
미련이,
멈출날이 머지 않은 듯 같다.

따듯한 바람이 불날이
머지 않은 듯 하다

아픔은 나눌 수록 옅어질까

아픔은 나눌 수록 옅어질까

파르라한 하늘에 한기가 쏟아질때
사람들의 표정에 수심이 쏟아질때
애써 웃으려는 마음과 태도에
심장이 무거워지는 쓰라림을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 없는 나를 놔두고
왜 하늘은 이들에게 아픔을 주었을까
이토록 무거운 다른 이의 감정을 입어보니,
무던했던 마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부디, 그대들의 아픔을 나에게 나누어 주길
그럼으로써 짐이 덜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죄책감을 덜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힘든 상황에 힘든 부탁이겠지만,
부디 아픔을 나눠줬으면 한다.

만국의 밤

반달이 새겨진 밤,
따듯한 차 한잔을 한손에 들고
잔잔한 음악을 귀에 흘리면서
저벅저벅 산책을 나선다.

뜨문뜨문 빛나는 가로등을 따라
어느새 쌀쌀해진 공기를 스치며
밤을 길게 해줄 벤치를 찾아 앉았다.

풍랑이 쳤던 격랑의 마음에도
가을비처럼 잔잔한 마음에도
쫓기듯 이끌리듯 밤을 찾아 떠나니
아마도 나의 고향은 밤에 있나보다.

빙하같이 무거웠던 마음을 위로하며
같이 슬퍼해주던 밤이
이제는 너무나 가벼워진 마음을 가라앉히며
세상에 아픔이란 것이 있음을 상기시켜주는데

나의 스승은, 나의 친우는,
나의 연인은, 나의 부모는,
아마도 밤에 있나보다.

나의 평생은,
아마도 밤과 함께할 것이다.

귀뚜라미 별

미움을 미워해라
사랑을 사랑해라

별들이 나에게 가르쳐주는
인생의 격언이지만

부서진 석고상 처럼
금간 나의 삶에는
마음들이 늬일곳도 없습니다.

가을에,

귀뚜라미 우는 아득한 밤속에서
나도 함께 눈물을 쌓아올립니다.

어쩌다가 이런 곳에 와있을까
별이 가득찬 낭만의 밤이 있었는데
안락의자 처럼 포근한 밤이 있었는데

가을에,
별이 드문드문 뜬 고요한 밤속에,

오늘도 나는
미움을 사랑하고
사랑을 미워하려 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

시간에 변하지 않는건 없다고 믿어왔지만,
그것이 틀렸다는 반증은
너무 아픈 형태로 찾아왔습니다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며,
심지어 서있는 곳마저 모두 변했는데,
어린 마음은 변함없이 고요와 눈물을 흘립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얼마나 멀리왔을까요.
가로와 세로,
보이지도 않는 z축까지
그대에게서 모두 멀어져왔는데,

멀어지는 만큼 그리워지는 까닭과
가슴이 시린 이유는
나의 마음을 과대평가한 탓일겁니다.

어떻게 해도 어떤 방법을 써도
뽑히지 않는 나의 가시는
정말이지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빈방에서
나의 어두운 밤에서
한창 밝을 날의 그대를 생각하며
마른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열기구

이 마음은 마치 열기구.
너가 던진 몇마디를 장작삼아 불을 지피며
마음을 저 높게 띄운다.

이 장작은 어차피 남의 장작, 남의 것
지속되지 못할 고도에
감당하지 못할 만큼 치솟으면

어느순간 풍랑을 맞아
오른만큼 크게 떨어질 것을
더 아플것을

공기를 서서히 빼는 열기구처럼
차츰차츰 마음을 식히며
지상으로 내려가야 다치지 않겠지만

어느새 다가온 너의 모습에
다시금 불을 지피며
마음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띄워낸다.

그러다 철 모르는 너의 말에,
그 소식에
결정타를 맞으면
전례없던 고도인만큼
전례없이 아프겠지.

그때는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기워내며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하며
너의 행복을 기도하마.

하루끝

하루 끝에서,
또 다시 드리우는 밤이 달갑지 않습니다.
이번엔 어떤 아픔 탓에 밤이 괴로워질까요.

그렇게 찾아온 밤에
마음이 바닥에 튕겨질때마다
눈물과 함께 시를 토해냅니다.

너는 왜 이렇게 아플까

잠들고 싶으나 잠이 오지 않고
잊고 싶으나 잊혀지지 않아
침대위에서 몸부림치며
나도 모르는 사이 시체가 되길 기다립니다.

미숙한 밤이 끝나고
또 다시 드리우는 고요한 새벽

잠이 완전히 깨지도 들지도 않아
뇌는 조금씩 시큰거리는데,
창밖에 보이는 풍경에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그 애매함에 홀려
멍하니 그저 바라만 봅니다.

그러다가 다시 느껴지는 흉통,
지난 밤의 못다끝낸 번뇌,
숨쉬기 어렵고, 허리가 아파오네요.

잠깨고 싶으나 깨어지지 않고
잊고 싶으나 잊혀지지 않아서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며
그대 없는 하루의 처음을 시작합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것

결국 당신은 나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저를 너무 잘 아는 당신이기에,
저에게는 추억이 아니라 족쇄가 될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오답을 골라주길 바랬어요.
바보에겐 바보에게 걸맞는 답을 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면 바보같은 행복이라도
바보같은 아픔이라도 얻을 수 있었을텐데
당신이 남긴 것은
날카로운 송곳일지라도 사랑할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저는
그대가 남긴 공허라도 사랑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그대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애정의 증거라고 믿으며
결국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믿음이니깐

그러다 언젠가 누군가 당신이 남긴 공허를 채워 준다면,
그때는 그대의 선물을 감사해하며 마침내 그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나만의 진실을 믿으며 버텨보려 합니다.

마음챙김

네게 항상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었다.
나의 밤에 항상 별이 흐르던 까닭은
마음의 강물이 시릴듯이 추웠던 까닭은
그러다가 가끔씩 흘러넘쳤던 까닭은
항상 너였음을

마음에 반창고를 붙이듯
한줄한줄 써내려간 문장들은,
편지를 아무리 날려보내도 하늘을 채울 순 없는것처럼
마음의 구멍을 다 채우진 못하더라.
그러기에 나에겐 항상 너였다.

시간이 나면,
너를 생각하고
너를 추억하고
너를 걱정했다.

나에게 너는 차마 흘릴 수 없는 눈물이었고
너에게 나는 안쓰러움의 어색한 웃음이었다

내 일상의 절반은 너였는데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 였을까.

그렇게 시린 문장을 쓰며
부서진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워하지 말기를
아파하지 말기를
슬퍼하지 말기를

망가진 자신을 끌어앉으며
부서진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워하지 말기를
아파하지 말기를
슬퍼하지 말기를

급한 회상

따스한 방안에 혼자
더 이상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서
마침내 나의 청색기가 끝났구나 하는데
마침 너의 생각이 달처럼 떠올랐다.

널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린 어떻게 했어야 할까

우리가 걸을 수 있었던 수많은 미래 중에 함께하는 미래가 있었을까

나의 미래도 너의 미래도 어둡진 않겠지만,
언젠가 나이들어 젊었던 아픔을 추억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달콤 쌉싸름함 따윈 다 치워버리고
너랑 함께하고 싶었다.

그때 내가, 그때 네가
지금 내가, 지금 네가
만약 내가, 만약 네가

그랬더라면 말했더라면 만났더라면
그런다면 말한다면 만난다면
그럴 수 있을까 말할 수 있을까 만날 수 있을까

그렇지만, 후회없이 직진만 해서
당당하게 부딫혀 사라졌기에,

일말의 후회를 남겼어야
이 마음의 변명이 되었을텐데,

너의 마음이 어떤지 모르기에
나의 확신은 꽃가루 흩날리듯 허상하게 날아가 버린다.

이 봄에 꽃과 함께 날아가 버린다.

열대야와 구정물

한적한 여름,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에어컨 방안에서
뜬금없이 가슴이 시린 것이
네 탓이 아닐리가 없다.

아늑했던 방안이 갑자기 갑갑하게 느껴져
찌는 더위 속으로 몸을 달리며
마음을 잊어보려 애쓴다

몸이 고생하면 마음이 덜 힘들다
고요한 마음에 깊은 수심이 생겨
파문을 일으켜 다시한번 잊어본다.

그러나 미봉책
바쁜 척하며 신경쓸 새 없는 척 하지만
구멍난 가슴에 고여버린 깊은 수심은
밤마다 되돌아와 무게감을 느낀다.

그래서 결국 고인 구정물을 토해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비워낸다.

쓸데없이 해가 긴 여름 저녁에
토해낸 구정물을 바라보며
잊었던 아픔을 다시금 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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