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23-03-07]
오늘 뜬 달은 유달리 밝다.
지난 시상을 마무리 지은 후
아직 새로운 시상을 찾지 못했는데,
봄이라기엔 쌀쌀한 3월처럼
마음에 새로운 싹이 나지 않았는데,
성급하게 달을 쫓아 밤을 걷는 나는,
역시나 지난 밤과 다르게 시가 쓰기 어렵다.
안개가 걷힌 마음은
더 이상 우울을 쏟아내지 않는데,
더 이상 달을 보고 슬프지도 않는데,
지나간 아픔을 그리워하는 걸까
이래도 저래도 즐겁지 못한 나는
아직도 철없는 어린애구나
오늘은 유난히도 밝은 달이 떴다.
사실은 [2023-03-11]
지금까지 내가
느껴왔던 것은
생각했던 것은
부정했던 것은
그래서 내가
보지않던 것은
가려왔던 것은
부서졌던 것은
그러니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은
하지 않았던 것은
결국 하게 될 것은
모두 추억이란 이름으로
마음의 자국이 되었다.
이제 그 모든 추억을 형태로 바꾸어
선반 위에 오래도록 장식하고 싶다.
도돌이표 [2023-03-20]
많이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아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 얼굴엔 주름 한줄 없구나
그래서일까,
나의 내면은 아직 연약해
사소한 일들에도 시리도록 아프다.
강해졌다고 생각한 삶은
기어코 다시 연약해져
결국엔 다시 아플 날을 기다린다.
언제쯤이나 무심해질 수 있을까
언제쯤 잎새에 이는 바람이 아프지 않을까
아플 날만이 가득한 여생에
즐거울 날도 찾아올까
사람들은 나에게 행복하길 종용한다.
강한 사람이길 강권한다.
나도 너희에게 자신감 있게,
이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내면의 나는 너무 연약해
나는 행복을 상상할 수 없다.
너희들의 마음을 채워줄 수 없다.
그래도 시는 희망으로 끝내야지
행복한 척 강한 척 해야지
자 웃어라,
상투적인 따듯한 말로 즐거운 척 해주마
그래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덴다.
웃어라
화무십일홍 [2023-03-27]
화무십일홍이라,
10일 넘게 피는 꽃은 없다지만,
너와 만난 이후 내 모든 일상은
시릴듯이 아픈 푸른 봄처럼 빛났다.
너 덕분에 웃었던 순간들
너 때문에 울었던 순간들
너를 위해 선해졌던 순간들
너에 의해 악해졌던 순간들
무채색 인생, 봄비를 맞은 들판엔
만개를 기다리던 새싹이 있어
지금껏 피우지 못했던 꽃들을
다채롭게 피워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것을.
봄에 내리는 비가 항상 아쉽게 그치듯,
너 또한 이 땅을 슬며시 떠나가는 구나.
돌아보지 않아도 괜찮다.
한번 푸른 봄을 맛본 나는,
좀 더 길게 내릴 여름비를 기다리며
이 땅을 가꾸고 있을 것이니
다가온 봄을 외면하며 여름만을 기다릴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