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2022-10-01]

(Take this Waltz)

타올랐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잔잔한 바다로 식어버리면

들리지 않는 무드를 맞춰주고
보이지 않는 감정을 흉내내는
들리지 않을 무드를 기대하고
보이지 않을 감정을 원하는

그런 나날이 온다.
진정한 사랑을 시험받는 때,

모를 것을 뻔히 알면서 떼를 쓰고
아는 데 모르는 척 하며 애써 무시하는
이 나날들 속에서

잔잔한 바다를 사랑하고
무지를 사랑하고 예민함을 사랑하며

잔잔한 바다가 사랑이고
무지가 사랑이며 예민함이 사랑임을 깨달을때,

그때에 진정한 사랑이 다시 시작된다.


방랑 [2022-10-06]

(Ad Astra)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알아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희미한 빛을 쫓아서 가면서
그 빛을 놓칠까 두려워 하는

까마득히 멀리까지 와버려서
돌아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먼길을 혼자서 꿋꿋하게 달려왔지만
이제는 외로움 자체가 두려운

인생은 결국 혼자 걷는 여행길
망망우주 너머를 향한 방랑길


고목 [2022-10-15]

지나온 시간은
놓쳐버린 사랑에 대한 회한

말라버린 나무도막을
태양같은 웃음이 감쌀때
까스릴듯이 아팠지만
그럼에도 따스했다

사랑을 겪지도 못하고 커버린 고목은
햇살을 견디기에 너무나도 연약해
다른 이를 향해 내리쬐는 태양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성장의 시간은
아픔을 겪어내는 시간

겪어본 아픔이 아니라서
견딜 수 있는 아픔이 아니어서
부슬비처럼 내려온 성장의 시간을
하염없이 슬퍼했다

덜 자란 고목인 나는
단비처럼 내려온 고통에
있는 그대로 사무쳐버렸다


선택 [2022-10-22]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이제와서 느껴지는건 지나온 선택들에 대한 후회

너무 어린 지금의 나는
나의 시간들을 사랑할 수 없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어떤 현실이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싸늘하게 아려오는
현실의 아픔들, 미래의 겨울들,
다른 선택을 한 나에게는 오지 않았을 불안들.

인고의 시간을 넘어
바라던 봄을 맞이했을때
나는 나의 선택을 사랑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어른이 된 나는
지금의 나를 안아줄 수 있을까


Gloomourous Sunday [2022-10-23]

이제는 확연한 가을의 풍경들
세상에 붉고 노란 색감을 더하는
아련함의 계절

조금 더 추워진 날씨에도
세상은 가을을 만끽하는데

웃을 수 없는 이들에게는
추위가 있는 그대로 파고 들어온다.

혼자걷는 이에게는
따듯함을 채워줄 사람이 없어서일까

나는 추위에 너무나도 약하다.


후회 [2022-10-25]

둔감하게 태어 났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쓸데없는 생각도 안하고
사소한 것에 아파하지 않았을텐데

멍청하게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너희를 이해하고
화도 내지 않았을텐데

쓸데없이 자라버린 감성과 이성이
마음을 한없이 외롭게 만들어
나의 길을 함께 걷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나는 이 길을 걷지 않았어야 했어


10월 30일 [2022-10-30]

어제 그리고 오늘,
누군가의 일상이 끝나버렸습니다.

그들이 우리 또래인 친구들이자
형, 동생, 누나들이라는 점이 가슴을 찢어지게 만듭니다.

남겨진 이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 위로가 될까요.
지금은 그저 같이 울어줄 뿐입니다.

이제 매년 10/30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 시각에 나는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 분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점과,
지금와서 할 수 있는 게 부질없는 한탄의 말뿐이라는 것이
한없이 저주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분들이 겪었던 고통을 기억하고
깨져버린 일상의 아픔을 슬퍼하며

고인과 그 가족을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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